정부 허송세월, 이용자는 뒷전…콜버스·카풀·타다 모두 '혁신 잔혹사'

입력 2019-10-30 17:18   수정 2019-10-31 03:21


우버X, 콜버스, 카카오 T 카풀, 풀러스. 2014년 이후 한국에서 시도됐다가 중도에 종료됐거나 영업이 제한된 새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들이다. 검찰이 지난 28일 불법 딱지를 붙인 VCNC의 타다 서비스가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를 처지에 빠졌다.

미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활짝 꽃피운 모빌리티 혁신이 한국에선 말라죽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택시업계와의 갈등 조정기회를 날려버린 정부, 기득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국회,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체계가 꼽힌다. 모두 이용자의 편익을 경시한 행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능한 정부는 5년 허송세월

새 모빌리티산업 관련 법제화가 시동을 건 때는 지난 7월이다. 국토교통부는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고 공언했다. 2013년 8월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 우버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 지 6년 만이었다.

2014년 검찰이 우버의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X를 불법으로 결론낸 이후 다른 승차공유 서비스들이 속속 중단됐다. 2015년 12월 국내 첫 공유버스를 선보였던 콜버스랩은 2018년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로 사업을 바꿨다.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풀러스가 2016년 5월 등장하면서 카카오 T 카풀, 어디고 등 카풀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모두 중단되고 풀러스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타다와 같은 승합차 호출 서비스 ‘파파’를 운영 중인 김보섭 큐브카 대표는 “정부 법안에 적극 협조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검찰의 타다 기소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업 진행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버X 사태 이후 정부가 택시업계와의 갈등 조정기회를 날려버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한목소리로 ‘타다 반대’

국회는 타다 사업의 근거 법안을 고치면서 타다 운영사인 VCNC를 압박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의 예외조항에선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임차 시 기사 알선을 허용한다.

지난 7월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단체관광이 목적일 때만 기사 알선이 가능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관광 목적으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항만인 경우에만 기사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신설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타다 서비스를 불허하는 내용들이다.

창업 의지 꺾은 사법부

검찰과 사법부는 과도한 개입으로 미래산업 분야의 창업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12월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대표 등을 기소했다. 당시 서울시가 우버를 여객운수법 위반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2018년 6월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내렸다. 5년 뒤 검찰은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변호사)은 “타다는 법률상 근거가 있는데 취지만으로 유죄라고 판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타다가 유죄라면 1년 넘게 사업을 하도록 방치한 국토부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법조인협회 스타트업법률센터도 30일 비판 성명서를 통해 “검찰권의 과도한 개입이 스타트업의 창업 및 미래산업 개발 의지를 꺾을 우려도 많다”고 밝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검찰의 타다 기소를 비판했지만 만시지탄이다. 그는 “‘붉은 깃발법’처럼 법이 앞서가는 사회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검찰이 전통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편익보다 기득권 보호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130만 명에 이른다. 편리한 서비스를 맛본 이용자들은 ‘타다 합법화’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청와대가 운영하는 국민청원 게시판엔 타다 영업을 합법화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런 국민 편익과 어긋나게 가고 있다. “전국 25만 명의 택시기사가 동원할 수 있는 ‘집단 표심’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7월 발표된 택시제도 개편방안, 10월 발의된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택시업계에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에는 택시면허 총량 규제와 기여금 납부가 그대로 반영됐다. 새 이동 서비스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들엔 진입 문턱만 높아졌다.

김남영/나수지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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